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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소나타와 아내

아내는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음악을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루라도 모짜르트를 듣지 않는 날이 없는 나와는 달랐다. 노래방에 가도 노래를 시키는 것을 싫어했다. 아내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것은 한 두번 정도 뿐인 것 같다. 그러나 매일 음악을 - 특히 모짜르트를 - 틀어놓는 나의 습관 때문인지 한번은 신촌의 백화점 지하통로를 같이 걷다가 음반점에서 흘러나오는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듣더니 "이 음악 좋네"라고 말하는 걸 보고 " 세뇌가 되었군" 하고 속으로 웃었던 일이 기억난다. 애들 저녁을 먹이고 둘이서 가끔 뒷산 공원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은 이어폰으로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310번을 듣고 있었다. 늦가을 저녁의 한가로움 속에서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소나타의 2악장이 흐르고 있을 때 나는 잔잔한 행복을 느꼈고 나중에 늙어서도 둘이서 이렇게 산책을 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병에 걸린 후 같은 음악을 자주 들었다. 사람도 못알아보고 말도 못하고 음식도 못넘기는 상태가 되어 요양병원에 들어가고 나서는 매일 아내를 보고 올 때도 차안에서 그 음악을 자주 들었다. 하나의 아이러니는 사실 모짜르트는 빠리에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잠겨있을 때 이 음악을 작곡했다는 점이다. 아내와의 안온한 미래를 꿈꾸는 산책로에서 듣기에는 이 소나타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다. 오히려 불길한 전조 같은 것이었다. 지금도 아내가 생각날 때 해블러가 연주한 이 음악을 듣는다. 이제는 음악과 상황이 어울리게 되었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음악. 모짜르트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나는 아내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