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Showing posts from May, 2014

5월

Image
아파트 화단 옆을 희선은 힘차게 걸었고, 나는 헉헉대며 따라갔던 것이 2010년 5월이었다. 분명히 거기에 희선이 있었다. 나도 있었다. 지금은 없다.

더러운 거리

Image
미세먼지로 찌든 거리를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혼자서. 이민가고 싶다.

On my way to work

Image

비난할 수 없는 인간

내가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다고 해서 나 자신을 비난할 수는 없다. 내가 아닌 남이었다면 나는 이 인간을 동정했을 것이다. 이 인간이 제대로 인생을 꾸려가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다. 첫 해는 쇄골이 부러지고, 다음 해는 아내가 생존기간이 1년인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그 다음 해부터 3년간 아내를 살리기 위해 죽을 힘을 다 썼지만 실패하고, 남은 것은 아들 둘 딸린 홀아비 신세로 아내가 죽은 후 2년이 지난 남자. 나는 이런 인간이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세상사를 허무하다고 느낀다면 그것도 이해한다. 자살충동을 느낀다 해도 이해한다.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다면 그것도 이해한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문을 닫고 살 수 있는지 지켜 볼 것이다. 자신의 내면 세계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어지러운 머리로 세상과 어울려 자신을 잃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면 세계 속으로 깊숙이 잠수하는 것이 낫다.

일요일

Image
승호 밥 먹이고. 나는 라면 먹고. 지호는 밥달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희선이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누워있다.

5년전 오늘

5년전 오늘. 2009년 5월 23일. 희선을 방사선과에 데려가서, 뇌종양을 발견한 날이다. 내가 살고 있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한 날. 이날 이전과 이날 이후,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 희선이 없어질 수 있게 된 세상. 그리고 희선이 사라진 세상. 혼자 사는 세상. 삶의 축이 사라진 세상. 한 인간의 삶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 버리고, 생각이 사라지고, 감정도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서 죽어버린 세상. "삶의 의미"라는 말이 아무 의미도 없게 되어 버린 세상.

My Cup

I have too many prejudices about myself and my life. This life is the only drink that the universe served to me. It doesn’t matter what drinks other people have and enjoy. I can’t change my cup with those of others at least not until this bar in which I find myself closes. I should stop envying what other people are drinking. I should just drink my cup and try to find other ways to please myself.

점심

Image
사무실의 인간들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영화본 얘기, 자기 마누라 얘기,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들. 나는 물리적으로는 이곳에 있지만, 나의 정신은 다른 곳에 있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작은 늪에서 자신들이 싸질러 놓은 오물속에서 뒹굴면서 사는 동안에, 나의 정신은 시베리아만큼 먼, 다른 공간에 있다.

Night

Why do I feel so blue today? Because I know that my life will be empty and barren like this until I die. I see so many days and nights ahead of me which will be without Heesun, without someone I can touch and feel, someone I can talk to, someone who can comfort me.

일요일 아침

Image
침대에 누워서 브렌델의 베토벤 8번 소나타 2악장을 듣는다. 5월에 아내가 죽었고, 6월에 쇄골이 부러졌다. 봄은 불행한 기억이 많아서 행복해질 수 없다.

My life as a lonely dog

I am living a life secluded from the world. There are less than 5 people that I contact from time to time, if ever. Is this a type of life that I was meant to lead? If there is a fate, the answer must be Yes. This is how I live and this will be how I die. I had to accept my wife’s death. Now the next thing, which will be much longer than her painful time of cancer, for me to accept is my own lonely existence and my own death as a lonely man. I can live with that. After all, there is nothing much to do.

My life in a few sentences

I sit at my desk. It is 10:39 AM. Tuesday. May 13. The year is 2014. I sit here until 6 PM. I drive home for an hour. I make dinner for two sons. I wash dishes. I watch American TV shows. I play ukulele sometimes. I go to bed. I live like this every weekdays. I grow old everyday. One day, I finally die and this stupid, boring play is over. For a few years, my sons remember me. And in time I am forgotten.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무슨 좋은 일을 기대하고 계속 사는 것인가? 버러지같은 생명력.  찾아보면 나 자신을 동정할 거리는 많다. 내 인생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희선의 존재가 너무나 중요했다. 정상적인 세계의 핵심이 나의 아내였다. 희선을 빼고 난 세계는 황량하다. 아침에 강렬한 자살충동을 느꼈다.  애들하고 같이 약을 먹고 죽는 상상을 했다. 곧바로 나에게 애들의 목숨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인생을 지겨워한다고 해서, 애들도, 다른 인간들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서는 안된다. 

.

Image

There is nothing to be done

Can I change my life? But another question comes to my mind immediately. Do I want to change? Do I want to do anything? Why can't I keep living like this? Doing nothing to change my life. Just doing household chores and make money at work that manages to feed me and my sons. No hope. No dream. Waiting for the death to come to my door. Yes. Why not? Life fucked me. Maybe it was me who messed everything up in my life. And who cares? Nobody. I can just let things go their way and wait and see until my life is over. Why put another burden on myself, like trying to improve my life and etc? I have been through too many shits that killed my wife and almost killed me, too. Weren’t those enough for me to call it a day for good? I don’t have to do anything. I don’t have to be anything. There is nothing that can force me to do or be anything. I just wait for things to end. I wait until this stupid farce is over.

Monday night

If this life I am in is what I planned just like many books on afterlife are saying, then what kind of person was I to plan this kind of lonely life for myself? And why did I feel even from early days when I was a small boy that there was something wrong about this thing called life? It has been very rare that I felt what I could call “joie de vivre” in my life. I cannot remember any moment that I said to myself things like “life is good”. Maybe I did not want to be born at all. My mother told me she had terrible morning sickness all the time when she had me. Maybe even then I was regretting my decision to come into this world. Wherever or whenever I was, I can say thing one thing for sure about me. I always felt that I don’t belong to the place or the time where I found myself in. Heesun made me feel that I belonged to us. But she is gone now and I feel again that I don’t belong to this world. I want to get out of this place and time. But where do I go from here?

월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가 없는 곳은 완전한 가정이 아니다.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은 좋지 않다'는 성경의 말은 옳다. 나의 아들들은 엄마를 잃었다. 일찍 가버린 엄마의 빈 자리를 메꿔줄 마음 넓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행운이 따르기를 나는 바란다. 나의 남은 인생에 대해서 아마도 죽을 때까지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할 것 같다. 희선의 죽음은 나에게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다. 또한 인생을 외면하려는, 자신을 혐오하려는 나의 타고난 성향에 불을 지핀 경험이다. 인생이라는 판을 깨버리고 싶어하던 나에게 빌미를 던져준 셈이다. 그냥 머리를 비우고 체념하고 사는 수 밖에 없다.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라면 오히려 시간은 느리게 간다.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무관심해지는 상태. 거기에 도달해야 한다. 무심한 경치처럼 나 자신을 볼 수 있게 되어야 한다.

2년전 오늘, 희선이 간 날이다.

2년전 오늘 희선이 죽었다. 2년이 흘렀다.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희선이 말을 못하게 된 것은 2011년 여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신적으로 희선이 죽은 것은 사실 3년전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홀아비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 것도 3년이 되었다는 얘기다. 희선을 매일 생각하는 인간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나조차도 가끔은 희선을 생각안하고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죽으면 희선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수도 있다. 뇌가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 희선이 죽고나서 몇 달 동안은 사후세계에 관한 책을 미친듯이 읽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혼자 사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절박함은 줄어들고, 외로움은 깊어졌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간에 받아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후세계가 존재하다면, 희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후세계가 없다면, 죽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것이라면, 희선이 지워진 것처럼 나도 지워지는 것으로 만족한다. 단순한 희망의 차원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읽은 여러 권의 책에서, 인간존재가 단순히 육체에만 의존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얻었지만, 사실 나의 기질에는 모든 것이 지워져버릴 것이라는, 자아는 없어진다는 불교적 허무주의도 크게 혐오스러운 생각은 아니다. 다만 그런 생각에 충실하자면, 지금 당장 목을 매달아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다. 나를 이 세상에 묶어두는 것은 아들들에 대한 책임감 밖에 없다. 내가 애틋한 부성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 말고는 삶의 동기부여를 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애들이 크고 나면, 그리고 나의 책임이 희미해지고 나면 그때는 이 무의미한 고통을 빨리 끝내버리고, 나의 존재를 지워버리거나,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희선을 만나러 가거나 하기 위해서 죽음을 서두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늙은 홀아비 연습

Image
근로자의 날. 애들 학교 보내고 혼자 설렁탕 먹으러 왔다. 아들들이 독립하고 나면 늙은 홀아비인 나의 아침이 바로 이럴 것이다. 예행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