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희선이 간 날이다.

2년전 오늘 희선이 죽었다. 2년이 흘렀다.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희선이 말을 못하게 된 것은 2011년 여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신적으로 희선이 죽은 것은 사실 3년전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홀아비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 것도 3년이 되었다는 얘기다.
희선을 매일 생각하는 인간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나조차도 가끔은 희선을 생각안하고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죽으면 희선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수도 있다. 뇌가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
희선이 죽고나서 몇 달 동안은 사후세계에 관한 책을 미친듯이 읽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혼자 사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절박함은 줄어들고, 외로움은 깊어졌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간에 받아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후세계가 존재하다면, 희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후세계가 없다면, 죽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것이라면, 희선이 지워진 것처럼 나도 지워지는 것으로 만족한다. 단순한 희망의 차원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읽은 여러 권의 책에서, 인간존재가 단순히 육체에만 의존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얻었지만, 사실 나의 기질에는 모든 것이 지워져버릴 것이라는, 자아는 없어진다는 불교적 허무주의도 크게 혐오스러운 생각은 아니다. 다만 그런 생각에 충실하자면, 지금 당장 목을 매달아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다. 나를 이 세상에 묶어두는 것은 아들들에 대한 책임감 밖에 없다. 내가 애틋한 부성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 말고는 삶의 동기부여를 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애들이 크고 나면, 그리고 나의 책임이 희미해지고 나면 그때는 이 무의미한 고통을 빨리 끝내버리고, 나의 존재를 지워버리거나,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희선을 만나러 가거나 하기 위해서 죽음을 서두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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