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한 기억

이 세상에 더 이상 있지 않은 희선은 더 이상 괴로와하지 않을 기억.
서서히 언어를 잃어버리고, 기억을 잃어버리고, 나중에는 사람도 못 알아보게 된 희선의 마지막 1년. 그것을 기억하는 인간은 이제 나밖에 없다.
가끔가다 갑자기 떠오르는 그 때의 기억. 혼자 멍하니 TV앞에 앉아 있다가 소파위에서 잠이 든 희선. 좋아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보다가 나한테 "저게 왜 웃기는거야?"라고 묻던 희선. 삶에 대한 갖가지 정당화. 구차한 희망을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건 바로 그런 기억이다.
괴로와하는, 아니 괴롭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그때의 희선의 모습이 내 머리속에, 시간속에 새겨져 있다. 삶이 거지같은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로 내 머리속에 박혀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그 기억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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