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1988년의 희선의 사진. 지금의 내 나이보다 스물일곱살이 어린 나이. 내가 결혼을 일찍 했다면 나의 딸이 될 수도 있는 나이. 나는 이렇게 늙어버렸고, 사진속의 희선은 스물 두살의 처녀다.
세월은 흐르고, 나는 점점 시간 속에서 희선과 멀어진다. 희선은 시간과 상관 없는 곳으로 갔을지 모르지만, 그 곳에서 나에게 연락을 보내지는 않는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희선의 사진 뿐이다.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서 내가 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시간이 없는 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희선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이 무의미한, 피곤한 세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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