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단 하나의 죽음이 나의 인생을 이렇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단 한 사람의 죽음이 생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연약하다는 것. 하나의 부정은 모든 것에 대한 부정이 되어버렸다는 것.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나의 인생. 나의 존재. 나의 환경. 나의 가족. 나라는 존재. 시간 속에 갇혀버린 존재가 되었다는 것.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것.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이 생에 던져진 것이 형벌이라는 느낌. 자신을 잊어야만 이 인생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나라는 존재를 지워야만, 잊어야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 이 장소가, 이 자리가 갈수록 지겨워지는 느낌. 따뜻한 곳, 밥벌이를 위해 사무실에 갇혀 있지 않아도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먼 곳으로 탈출하고 싶은 느낌. 겁장이로 살다가 결국 정말로 사는 것이 아니라 돈버는, 일하는 기계로 살다가 죽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 삶의 의미, 삶의 가치에 대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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