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들
가끔 이메일을 교환하는, 미국 친구 Kim의 이메일을 받았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한다. 희선의 죽음을 겪은 후 다른 인간들보다 내가 한 가지 잘하는 것은 죽음의 소식에 대해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내가 죽어서 모임에 자주 못나왔다고 말했을 때 놀라서 일그러지던 어느 회사의 여자 임원의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듣고 일그러지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인간들은 정말로 죽음을 무서워한다.
곰곰 생각해보면 희한한 일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의 종착역이 죽음인데, 그 종점에 도착한 다른 인간을 보고 놀라는 것이다. 자기는 마치 그곳에 가지 않을 것 처럼.
낮에 찾아간, 희선의 재가 남아 있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벽에 붙은 사진을 보고 큰 소리로 우는 젊은 여자를 보았다. 옆에 나이 든 남자가 있는 걸로 봐서는 어머니가 죽은 모양이다.
아무리 소리내서 울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희선이 간 후 거의 울지도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그 비참한 죽음에 대해서 허탈함, 분노, 허무함,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지만 소리내어 울게 되지는 않았다. 울어 봤자 소용 없다는 깨달음 때문인가. 아니면 3년이 넘게 아내의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서 적응이 되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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