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8일

과거의 나를 생각했다. 출근하는 차안에서. 희선이 살아있을 때. 내가 젊었을 때. 과거의 나를 머리속에서 기억하고, 바라보면 마치 다른 인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과거에 그 장소에 그 상황에 내가 있었던 것도 신기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이 장소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앉아있는 것도 신기하다.
그림에서 등장인물 하나를 빼버리고 나니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된 것처럼, 나의 일상적인 세계에서 희선이 없어지자 마자 이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나만의 게으른 세계에 빠져서, 멍하니 살던 나도 다른 인간이 되었다. 개선된 것도, 나빠진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다른 인간이 되었다. 세상이 달라졌고, 내가 달라졌다. 둘 다 낯선 존재다. 다른 나. 다른 세상.
빨리 끝나면 좋을 악몽같은 세상이라고 가끔 생각한다.
아무 것도 진지한 것은 없지만,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거나,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힘들게 사는 것이다. 나도 그랬고, 아내가 죽은 것을 보고 나서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고, 내가 죽으면 그 달라진 세상이 아예 없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일상에 묶여있는 것이다. 집을 팔아버리고, 여행을 가도 되는데, 모험을 해도 되는데, 그렇게 안 하는 것이다. 결국은 관성의 법칙 때문이고, 게으름 때문이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터져서 살던 집이 박살이 났는데도, 모든 걸 털어버리고 길을 떠나는 대신에 쭈그려 앉아서 부서진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는 아줌마 같은 짓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놈. 게으른 놈.
인간들의 게으름, 어리석음에 경멸을 보내고, 그 안에 속해있는 나 자신에게 똑같은 경멸을 보낸다.
하나의 죽음은 삶 전체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를 깨닫게하는 증거다. 인간들은 다만 그것을 외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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