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영혼

생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Law of attraction. 그리고 수많은 뉴에이지 서적들. 그런 책들을 읽으면 나는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나 말고는 아무도 책망할 인간이 없다.
아내가 병에 걸렸을 때, 갖가지 방법을 써서 아내를 살리려고 했지만, 그때 내가 적은 일기를 보면 아내의 죽음을 항상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내가 아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병을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정말로 아내를 살릴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실은 내가 만들어 낸 것인가? 나의 모든 환경, 모든 사건들이 내가 이미 써놓은 시나리오인가? 나는 그저 쓰여진 각본대로 연기를 하는 배우인가?
과거에 나는 기계적인 결정론을 믿었다. 자유의지에 대해서 불신을 품고 있었다. 아내가 암에 걸렸을 때, 나는 나 자신의 의지를 채찍질하면서, 나약한 육체를 혹사시키면서 아내의 죽음이라는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내가 가버린 후, 나는 과거에 믿었던 결정론보다 더 철저한 또 다른 종류의 결정론에 빠져버린 것 같다. 나의 사주에는 홀아비가 될 팔자라고 써 있었다. 영혼에 관한 책들에서는 인생에서 내가 겪는 커다란 사건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계획한 이벤트, 영혼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장애물이라는 설명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나는 이 세계에 갇혀 버린 셈이다. 어쩌면 나는 직감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할 수 있는 유년시절을 돌이켜 보면, 인생에 대해서 내가 느낌 감정은 대부분 인생은 지긋지긋한 것, 뭔가 발을 잘못 들여놓은 장소라는 것, 아둥바둥하고 살려고들 애쓰지만 결론은 허무하고 비참한 것이라는 것. 그런 감정들이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도 그랬고, 그 이후의 유년시절에도 마찬가지 감정이었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왠지 기분이 께름찍한 영화를 볼 것 같다는 느낌 같은 것이었다.
으슥한 어두운 골목처럼 내 인생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떤 인간들의 말대로라면 내가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다. 그리고 나의 느낌으로는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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