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이 쉬는 곳에 다녀왔다.
애들 학교 보낸 후 이발하고, 지난 번 묘지에 갔을 때 제대로 못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시트지를 사서 분당메모리얼 파크로 출발했다.
지난 번에 갔을 때 사진을 검은 테이프로 붙였더니 지호가 다른 묘와 비교해서 제일 후졌다고 하는 말이 맘에 걸렸다. 이런 모양이다.
30분 정도 작업을 해서 검정테이프를 투명 시트지로 교체했다. 작업 중에 어느 할머니가 와서 자기 네는 왜 안해주냐고 항의한다. 나를 직원으로 착각한 것이다. 직원이 아니라 남편이라고 하니까 자기는 70에 과부가 되어도 괴로운데 얼마나 괴롭냐고 한다. 위로인지 속을 더 끓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옆에 와서 사진 위치를 중앙으로 바꾸라고 여러 번 훈수를 둔다. 내 팔에 침을 여러번 튀기면서. 그래서 위치를 중앙으로 바꾸었다.
수요일은 분리수거일. 박스에 넣어두었던 희선의 옷을 하나씩 꺼내어 주머니에 뭐가 있는지 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 허긴 여자들은 옷주머니에 뭘 넣지 않는 법이니까. 스커프를 꺼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희선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겨울 스커프와 여름 스커프 하나씩 골라내어 따로 챙겨두었다. 연애할 때 입고 나온 것 같은 옷도 보인다. 그러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확신할 수 없다. 좋은 옷이 없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섯박스에 희선의 옷이 다 들어갔다. 내일이면 세상으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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